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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도시 II

Another City II

 

 

오늘, 정상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정상과 비정상은 언뜻 보기에는 구별하기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쉬운 것은 아니다. 정상과 비정상은 시대와 사회, 이념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우리는 이렇듯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 경계에서 매우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세상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다 일까? 우리는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그 사실이 진실인지 아닌지도 모를 세상 속에 살고 있지는 않을까? 아니 한 번쯤 허상인지 실상인지 먼저 생각하고 행동할까?

 

언제부터인지 TV속 뉴스를 시청하면서 혹시 각색된 뉴스는 아닌지 의심이 많아졌다. 저 뉴스 속 아나운서가 전하는 보도가 진실이 아니라면 하는 만약이라는 가정 또한 점점 늘어났다. 우리는 만약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만약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상인지 허상인지 그 프레임 안에서 판단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마치 블레이드 러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고 하는 복제인간과 인간을 분간하기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세상은 만화경 속 풍경이다. 현대인들은 짜가가 판치는 요지경 세상 속에서 헤맨다. 그 안은 혼돈과 무질서, 이상과 현실이 기묘하게 부조화된 세상을 보여준다. 이 모두는 우리 앞에 나타난 현실이며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우리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꿈을 꾸고 있다. 그 대도시에서 꿈은 물에 비친 신기루이자 허구일지도 모른다. 마치 아침이 지나면 사라져버릴지도 모르는 아침 안개처럼 말이다. 오늘날 현대인은 하이퍼 리얼리티 세상 속 달콤한 유혹에 허상을 보지 못하는 단꿈에 빠져버린다. 이후 눈처럼 녹아 허망하게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데 단지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욕심과 욕망은 정상적인 생각으로부터 출발하지만 광기나 희열로 나타나며 기이하게 변해간다. 선물을 준 사람의 마음에 감사하기보다 아름다운 선물포장을 먼저 풀어보고 싶은 꿈같은 유혹에 마음이 앞서는 이유일 것이다. 우리는 우화 속에서처럼‘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하루는 아침부터 인터넷 방송을 시청했다. 인터넷 방송에서는 내가 어제 들었던 TV속 뉴스와는 또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나는 밤잠을 자고 일어났을 뿐이었다. 그리고 다른 전달 매체로 방송을 시청할 뿐이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변하거나 바뀐 것이 없었다. 아침 안개는 도시 속에서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사라진다. 우리는 언제나 그 신기루에 가려진 세상에서 꿈을 꾸고 있는지 모른다. 소위 우리가 말하는 비정상은 본래부터 비정상이었는지 아니면 정상이었는지 부터 헷갈려 한다. 나는 정상이라고 말하는 세상 속에 펼쳐진 비정상을 통해 정상을 바라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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