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던 고향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동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노래를 부르며 내 고향을 한 아름 가득 가슴에 품고 자랐다. 고향은 어른이 된 나에게 감수성이 풍부하고 세상이 원하는 만큼의 도덕성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게 해주었다.

 

산새소리 지저귀고 햇살 좋은 금정산과 백양산이 둘러싼 그 안에 웃음소리 울려 퍼지는 정겨웠던 마을. 산새 좋은 금정산의 쌍계봉을 병풍으로 백양산과 서로 마주 보며 1년 내내 볕이 가득하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명당에 자리한 마을이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조화된 소담하고 정겨웠던 마을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며 기억과 추억 속에 존재하게 됐다.

 

나의 고향은 부산광역시 북구 만덕동. 지금은 대도시 안에 아파트가 즐비한 인구밀도 높은 동네다. 하지만 옛날엔 시골 같은 모습에 ‘만덕골짜기’로도 불리었다. 산이 가로막아 터널을 뚫었고 논과 들이 있고 시냇물이 흐르는 그 안에서 친구들과 뛰어 놀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그 옛날 흔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변모한 동네, 그리운 그 시절을 떠올리면 아쉬움에 그립다.

 

거대한 자본의 물결은 하나씩 옛 모습을 사라지게 했고 우리의 터전과 삶을 바꾸어 갔다. 산은 깎이고 시냇물도 사라지고 숲도 사라졌다. 산속 동물들도 어디론가 살기 위해 떠났다. 자본은 우리에게 물질적으로 윤택과 편리함을 주었지만, 인간미를 빼앗아 갔다. 그만큼 자연만 바뀐 게 아닌 사람도 바뀌고 달라졌다. 또한,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고 내 고향으로 알고 살았던 많은 사람이 떠났다. 자연은 높은 건물로 도로로 사람은 새로운 입주민으로 그렇게 섞이며 변해갔다. 거대의 시대의 물결이 세상의 흐름 인양 알고 세상에 익숙해져 갔다.

 

이제 자본이 물질이 주는 달콤함에 윤택함에 편리하고 안락하고 깨끗한 삶을 떨쳐내지 못하는 물질 만능의 사람으로 변했는지도 모른다. 거대한 욕망의 소용돌이에 사라진 과거의 모습과 함께 내 고향은 그렇게 삼켜 져버렸다. 고향은 거대한 도시가 되며 옛 모습은 없었다. 다만, 내가 남긴 흔적 안에 변해버린 지난날의 기억이 전부가 되었다. 내 고향 동네가 변해갔듯 고향 부산의 다른 동네도 그렇게 변했다.

 

이 작업은 자본과 시장경제란 논리에 거대하고 삭막하게 변해버린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남겨 놓은 흔적으로 고향을 불러내고 싶었다. 세상은 변해도 기억과 추억마저 사라지진 않는다. 나와 세상 사람들의 최소한의 감성과 정서는 그 안에 살아 있다. 고향은 그 흔적이었다. 추억으로 남아 있는 향수로 내 안에 아직 마르지 않은 인간미를 느끼고 싶었다.

 

사라지고 묻혀버린 변화된 내 고향의 모습에 그 마음의 허전함과 쓸쓸함을 덮어 주고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나를 찾고 발견하고 싶었음이 ‘나의 살던 고향’에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